드디어 귀환의 날이 밝았다. 정말 진하게 아침부터 날이 좋았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일본의 날씨가 정말 변덕맞기 그지 없었다. 여행 일주일 중 하루 정도를 제외하고는 흐리던지 비 오던지…… 카메라 들고 다니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전날 밤 카메라 가방을 정리하면서 살펴보니 슬라이드와 네가 모두 약 10통 정도를 찍었다. 무려 360장. 그러나 걱정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걸 모두 현상하고 필름 스캔 하려면.. 허걱… 디지털 시대에 아
국내에서 이 필름들 현상하고 스캔 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보니 근 10만원이 들어갔다. 그리곤 열 받아서 필름 스캐너를 사고 말았다. 용산에서 65만원 주니 그나마 괜찮은 놈을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근 한달 전부터는 슬라이드와 필름 모두 현상만하고 스캔은 집에서 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필름 스캔 내공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부업으로 필름 스캔을 할까 고려 중 다… ^^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갈 때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냥 편하게 호텔에서 자려해도 친구들이 뭐 하는 짓이냐며 구태여 집으로 끌어들여 못이기는 척하고 신세를 지게 된다.
10년 전 신혼여행을 갔을 때 긴자에 있는 다이이치 호텔에서 이틀인가 잔 후 후배에게 이끌려 후배 집으로 끌려들어갔던 생각이 난다. 그 후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만난 일본 남자와 결혼을 해서 그들도 신혼이었는데.. ^^ 세상에 원룸 비슷한 집에서 두 신혼부부가 합숙을 했다. 그때도 그 후배가 일본의 물가를 거들먹거리면서 왜 돈을 쓰냐고 난리난리 치더니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환율이 더 유리했었는데..ㅜ.ㅜ) 이번 여행에서도 친구 부부가 무조건 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장장 5일 동안 숙박비가 절약되는 도움을 받았다.
그 친구들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그 집은 좀 오래된 5층짜리 맨션. 약 20평이 안 되는 그 작은 집의 월세가 무려 10만 엔이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 작은 정성을 담아 주고 오려 했지만 이 친구들 끝끝내 받지 않았다. 집을 나서면서도 그들의 고마운 마음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하긴 이 웬수는 언제든 갚아주겠다고 맹세했지만…ㅋ.ㅋ
총기 반입 그리고 해프닝저번 디즈니랜드 버전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 희찬이의 선물로 사준 ‘해적총’(아주 옛날 총을 흉내 낸 장난감 권총)이 드디어 말썽을 일으켰다. 최근 각 공항의 검색이 강화되었다는 것은 뭐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장난감 총도 미리 걸릴 것을 예상해 깊이 넣지 않고 가방을 열면 바로 나오도록 신경을 썼다.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나리타에서 보딩체크를 하기 위해 들어갈 때 수화물까지 스캔을 하게 되는데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모니터를 쳐다보니 바로 자동으로 멈추면서 권총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바로 분위기 살벌해진다. 나와 짠이를 옆으로 세우더니 먼저 장갑을 낀다. 그리곤 나보고 가방을 직접 열라고 험악하게 지시를 한다.
가방을 열고 바로 보여주며 디즈니에서 파는 장난감 권총이라고 보여주니 잠시 총을 이리저리 살펴본 후 다시 넣어주며 빨간 딱지를 하나 붙여준다. 거기에는 검사완료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휴! 가슴을 쓸어 내리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나리타에서 인천을 향해 비행기는 뜨고…쓩!두 번째, 인천공항 입국장. 가방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빙글빙글 하도 쳐다보고 있으니 어지럽기까지 했다. 조금 기다리니 가방이 나오는데 잉? 이게 뭔일이다냐? 난 산 물건도 없고 뭐 값나가는 것도 없는데 내 가방에 이상하게 생긴 빨간색 통이 달려 나왔다. 이걸 달고 나온 짐은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상에 처음이었다. 공항에서의 정밀 검사? 순간 떠오른 장면은 혹시 옷까지 모두 벗게 만드는 게 아닌가라는 끔찍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 빨간 통을 달고 검색대 가까이 다가오니 아주 심한 소음이 들렸다. 삐!하는 경고음인데 이것 때문에 다른 데로는 갈 수도 없다. 이 소리가 나자 마다 세관원들이 집중해 끌고 간다. 허걱…
이내 그 빨간 통을 이상한 열쇠 같은 것으로 가방에서 제거를 하니 소리가 나질 않는다. 아.. 정말 쪽 팔렸다. 그런데 잼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은 내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눈치. 가방을 열더니 이내 장난감 총을 찾아 들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다.
총구에 볼펜을 찔러보기도 하고 어디서 샀냐? 왜 샀냐?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이런걸 사가지고 들어오느냐? 일장 훈시도 듣고… 결국 이건 압수해야 한다. 장난감이지만 이런 거 가지고 은행강도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둥… 허걱… 솔직히 국내에서 파는 아주 정교한 총도 많은데.. ^^
내 최후의 전략은 단 하나. 짠이를 위해 산 물건이니 나 말고 짠이를 설득 시키고 가져가라고 일침을 가하자. 그 세관원이 짠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몇 마디 하다가는 결국 짠이의 찌그러지는 얼굴을 본 후 급히 총을 가방에 싸주며 그냥 가라고 패스! ^^
짠이의 얼굴 연기가 절정에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융통성을 보여준 세관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실제로 최근에는 장난감 총도 모두 압수를 한다고 한다. 특히 실물과 비슷한 총들은 일절 통과시키지 않는 게 관례라고 하는데 클래식한 총의 느낌 때문에 그래도 무사 통과.
10년의 장기불황 그리고 일본내가 첫 번째로 일본에 간 것이 93년이었으니 일본의 불황이 시작된 그 무렵 같았다. 그리고 내가 아주 약하게 주술을 외웠는데도 장장 10년간의 불황을 겪었다니 다소 책임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우리 대한민국도 IMF라는 쎈 놈을 만나 큰 고초를 겪었으니 쎔쎔이 아닌가 생각도 들고…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깨끗하고 친절하고 좋은 제품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그 땐 보는 것 마다 사고 싶었다. 하다못해 젓가락도 사고 가지고 왔으니 말 다한 것 아닌가? ㅋ.ㅋ
그리곤 출장으로 일로 해서 근 2년에 한번씩을 일본을 들락날락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그 감흥의 강도가 떨어졌다. 그러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더니 물건을 봐도 별다른 구매욕이 나질 않았다. ^^ (정말 다행 아닌가?)
그게 결국 그만큼 한국도 물건이 풍족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또 인터넷의 발전으로 신상품에 대한 정보가 바로 바로 입수 가능하니 그다지 신기한 게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기를 마치며….FIN솔직히 말씀 드리면 여행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도전하는 분야였다. 그런데 이 여행기라는 것이 준비 없이 쓰면 낭패를 본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다. 그저 발 가는 데로 느끼는 데로 쓰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을 하면서도 뭔가 부족한 것들이 느껴져 아쉬운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막상 보여주어야 하는데 없는 사진… 좀 더 취재를 필요로 했던 장소 등등 이번 여행기를 쓰며 느낀 점도 많았다. 아마 다음 여행기를 쓸 때쯤이 되면 좀 더 성숙하고 완성도 높은 글과 자료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난 솔직히 짠이와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꼭 어딘가에 가서 낯선 곳에서 짐을 풀고 먹고 자고 노는 그런 여행 말이다. 짠이는 어려서부터 비교적 많은 경험을 했다. 자식 칭찬하는 것 같아 쑥스럽긴 하지만 짠이가 그림을 곧잘 그린다. 선생님들도 짠이를 경험해보고는 창의력이 특히 뛰어난 것 같다고 하는데 그게 모두 여행이 큰 도움이 된 듯하다.
어른에게 여행은 휴식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된다는 것… 많은 여행을 통해 아이를 온실 속 화초가 아닌 밀림 속 아름들이 나무로 키우고 싶은 나의 욕심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한 두 달 안에 우리 가족에겐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것도 모두 짠이의 성장을 위해 내린 중요한 결심이지만 얼마나 잘 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게 내가 짠이를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FIN
(다음 여행기는 좀 더 잘 쓰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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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짝!! 잘 봤습니다
2006/03/12 10:43짝짝짝짝!!! 보시느라고 수고했어요.. ^^
2006/03/12 15:29잘 봤습니다. ^^
2006/03/12 15:05일본에 꼭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
일본은 꼭 다녀와야할 나라 중 하나..ㅋㅋ
2006/03/12 15:30